[영화]파라노만, 유령보는 소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그 광기의 미학

신숙희 기자 컬처리뷰 송고시간 2013/02/18 00:00:00 최종 업데이트 2016/07/28 00:00:00


<파라노만 |감독 크리스 버틀러, 샘 펠 | 미국 | 스톱 모션, 유령 >

이 특별한 스토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파라노만]은 [코렐라인: 비밀의 문]을 제작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최강자 라이카 스튜디오서 만든 3D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유령과 좀비, 마녀까지 등장한다. 좀처럼 한 장르 안에서 만나기 힘든 소재들이 몽땅 모였다. 이 시끌벅적한 영화에는 유령과 좀비, 마녀만큼이나 별난 소년 노만이 나온다.  

"유령이 나한테만 보이는 건 불공평해."
유령을 볼 뿐아니라 한 술 더 떠서 대화까지 나누는 꼬맹이 노만은 취미 또한 기괴하다. 좀비 나오는 TV시리즈 보기, 좀비 흉내내기, 좀비 피규어 모으기 등 한 마디로 좀비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좀비마니아’이다.
 

덤으로 이 이상한 녀석의 특기는 더 기상천외하다. 매일 아침 길거리 유령들에게 안부인사 하기. 시간, 장소 가릴 것 없이 유령들과 대화하기, 친구 ‘닐’과 죽은 강아지 만남 주선하기, 마을을 습격한 좀비들 설득하기 등이다.  

어느 날 노만은 죽은 할아버지로부터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마녀가 곧 깨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가슴에 비밀을 가득 숨긴 마녀들, 엉뚱한 좀비들, 유령들까지 가세해서 마을을 습격해오고, 왕따를 당하던 아이 노만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파라노만]의 감독 샘 펠은 어떤 동기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샘 펠 : "어린이들을 위한 좀비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실제 나와 할머니의 관계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로 상상력을 더해 남들과 다른 유별난 아이의 정체성에 관한 엉뚱하지만 모험으로 가득한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감독뿐만 아니라 라이카 스튜디오의 트래비스 나이트 대표는 각본을 읽고 ‘내 자신과 내 아이들이 많이 투영되어 보였다’라고 말한 바 있다. [파라노만]은 아이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잔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눈만 뜨면 가기 싫은 학교를 억지로 가야하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듣기 싫은 잔소리만 듣고 정작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지 않을까? 

스톱모션애니메이션(stop motion animation)이란? 
제작 기간 2년, 320명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
손에 잡힐 듯 생생한 3D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코렐라인 비밀의 문(2009), 제작과정>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촬영 대상의 움직임을 연속으로 촬영하는 것과 달리 움직임을 한 프레임씩 변화를 주면서 촬영한 후 이 이미지들을 연속적으로 영사하여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말한다.  

'라이카 스튜디오'는 미국 오리건 주에 있는 특별한 창작집단이다. 그들은 섬세한 수작업과 최첨단 컴퓨터 기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들만의 철학과 색깔을 담아내며 영혼이 살아있는 애니메이션을 창작하고 있다.

이미 그들은 세계 최초의 핸드 메이드 스톱모션 3D 애니메이션 [코렐라인 : 비밀의 문(2009)]을 선보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최고 장편 애니메이션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는 영광을 안았다. 

제작진은 [코렐라인 : 비밀의문]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기술로 [파라노만]을 만들어냈다. [파라노만]의 제작 스케일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2010년 8월부터 약 2년 동안 320명의 아티스트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힘을 합쳐 이루어낸 작품이다.
 

<파라노만 제작과정>
특히 [파라노만]은 기존의 2차원적 형태로 세트를 인쇄하던 기술을 넘어서 직접 3차원 모형을 뽑아내는 기술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부드러운 움직임과 인물의 다양한 표정과 표현들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코렐라인: 비밀의 문]이 약 20만 가지의 얼굴 표정을 표현해 냈다면 [파라노만]은 3D 컬러 프린트를 최초로 사용하여 무려 150만 가지의 표정을 얻어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직접 LCD모니터에 전용 펜을 이용하여 캐릭터의 행동을 표시해 인물과 배경의 움직임을 모두 기록했다. 이후 3D 데이터로 캐릭터를 제작하여 입체 모델링장비로 출력해 더욱 살아있는 듯한 생생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작업과정 에피소드 
순간의 미학 뒤에는 광기에 가까운 노력이 숨어 있다
영화를 보면 좀비의 손이 불쑥 튀어 올라오고, 먼지와 진흙이 풀풀 날아다닌다. 관객이 보는 입장에서는 휙, 지나가지만 그 장면 하나를 연출하기 위해 [파라노만] 제작진은 광기에 가까운 노력을 쏟아부었다.  

<좀비 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장르의 특성상 영화 속 캐릭터는 물론 배경까지 모든 움직임이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 관객이 보는 1~2분 정도의 짧은 장면은 보통 1주일이라는 작업 시간이 필요하다. 투입된 재료는 무려 3톤이 넘는 프린팅 분말, 300리터의 초강력 접착제, 300개의 인형, 4000개의 얼굴 모형, 50개의 무대 등 상상을 초월한다

하나, 둘씩 살아나기 시작하는 좀비들의 등장 씬과 좀비들을 물리치려는 마을 군중 씬은 가히 압권이다. 먼지 한 톨, 옷 움직임 하나까지 제작진의 손끝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좀비 캐릭터를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모래, 물엿, 기름, 플라스틱 믹스 등의 재료까지 사용했다. 매 장면 촬영이 끝나고 나면 모든 스태프들의 손은 글루건 범벅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좀비들과 경찰에게 쫓기는 자동차 추격 씬은 실사를 보는 것처럼 묘사가 생생하다.

<자동차 추격 씬>

이런 노력 끝에 "[파라노만]은 실사 영화 같은 단 하나의 애니메이션이다"(Arizona Republic)라는 찬사를 듣는다. 감독 샘 펠은 제작 과정의 고단함과 그에 못지 않은 열정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속내를 밝힌 적이 있다.

샘 펠 : "사람의 손이 거치지 않는 부분이 없는 것이 바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하나하나 모든 것이 손으로 움직여지고 입혀진다. 컴퓨터라는 기계가 완성을 도와주지만, [파라노만]은 ‘사람의 손’이라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계를 통해 만들어졌다."

[파라노만]에는 진보적인 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가족 애니메이션이며 스토리 면에서도 정성을 기울인 작품이다. 남과 다르면 배척하는 사회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유령을 보는 특별한 재능을 가졌기 때문에 왕따를 당한 아이가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되는 과정을 그려 잔잔한 감동까지 안겨준다.

신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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