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화해의 기회가 언제든지 가능한 존재

반려동물 '너를 잊지 못할 거야'

신숙희 기자 컬처리뷰 송고시간 2013/03/07 00:00:00 최종 업데이트 2014/05/12 00:00:00

[연합경제]'반려'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로 '짝이 되는 친구'라는 뜻이다.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다. 함께 동거하는 반려인에게 친구 같고 가족 같은 존재이다. 이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반려인의 곁을 지킨다. 또 이 우직한 존재들은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으며 얄팍하게 사람을 배신하는 경우도 없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반려동물과 헤어질 때 반려인은 깊은 혼란에 빠진다. 

지난  2월 13일 부산의 한 빌라 화장실에서 김모(30대, 여)씨가 착화탄을 피워놓고 숨져 있는 것을 직장 동료가 발견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죽은 애완견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는 "애완견이랑 같이 있고 싶다. 함께 묻어 달라"고 적힌 유서를 남겼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4년 전부터 집에서 독립해 애완견을 데리고 살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을 '펫로스(pet-loss) 증후군'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슬픔을 안으로만 삭이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라고 충고한다.

오늘 소개할 [너를 잊지 못할 거야]는 '우리가 사랑하고 떠나보낸 반려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반려인들이 개와 고양이는 물론 말과 돼지, 햄스터, 토끼 등의 반려 동물과 살면서 그들을 떠나보낸 슬픔을 쏟아낸 글모음이다.

<너를 잊지 못할 거야, 바바라 애버크롬비>

◇ 반려동물은 어떤 존재?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어떤 존재일까? 때로는 비밀을 나누어 가지기도 하고, 나를 보듬어 주는 큰 언니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친구 같은 존재 혹은 이모 같은 존재, 우리 삶을 지켜보는 단 하나의 존재라고 책 속의 반려인들은 말한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표현은 '화해의 기회가 언제든지 가능한 존재'라는 말이었다.

몇 해 전 겨울이 생각났다. 술에 취한 여자가 반려견과 차가 씽씽 달리는 도로변에 있는 것을 보았다. 개는 여자가 차에 치이지 않도록 인도쪽으로 옷을 물어당기고 있었다. 술 취한 여자는 개를 마구 때렸지만 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주인을 바라보는 개의 눈빛에는 털끝만큼의 원망도 없었다. '당신은 내 친구이고 내 가족이잖아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가!

충직한 개들은 주인이 아무리 심하게 때려도  원망하지 않는다. 주인이 부르면 잔뜩 부은 얼굴로 꼬리를 흔들며 달려온다. 그때마다 인간을 용서하는 개를 보면 부끄러워진다. 어떤 이는 그건 개의 속성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반려인이라면 인간 못지않은 변함없는 사랑이 그들에게도 존재한다는 걸 안다.  

◇ 화해의 기회가 언제든지 가능한 존재

[밑줄긋기]비밀을 나누어 가지는 존재 : “생은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개가 죽으면서 시작되는 것이라오.” 그 강아지는 내 딸이 스스로가 사랑스럽다는 것,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매일같이 상기시켜주었다. 인생이 제아무리 고난스러워 보일지라도, 엄마가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을 못한다고 할지라도, 머피는 딸 아이를 위해 항상 자리를 지켰다. 그녀와 베개를 나누어 베고 그녀의 비밀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절대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40쪽)

큰언니 같은 존재 : 할리는 아이들에게 맞는 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윌리스에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으르렁대며 그 아이를 끔찍하게 지켰다. 사실 할리는 자신을 놀라게 하지 않는 어른들을 더 좋아했고, 보통 뒤에서 지켜보고 듣는 역할을 선호했다. 뒹굴며 싸움을 하거나 노는 것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카우보이는 바보 같은 게임을 죄다 좋아했고, 진흙투성이가 될 정도로 뛰고 뒹굴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개였다. 카우보이가 윌리스의 친구였다면 할리는 동생을 못살게 구는 녀석이 없는지 가만가만 뒤에서 살피는 큰언니 같은 존재였다.(52쪽)

친구 같은 존재 : 윌리스를 임신했을 때, 나는 입덧이 너무 심해서 낮이고 밤이고 거의 양변기를 붙들고 토하는 게 일이었다. 토하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화장실 타일바닥에 앉아 있는 내 곁에는 늘 할리가 있었다. 할리는 그 부드러운 검은색 코를 살짝 내 뺨에 맞추며 나를 위로했다. 찌는 듯 더운 날씨여서 사람 곁에 붙어 있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도 할리는 내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았고, 자기가 해줄 수 있는 일이 그렇게 함께 있어주는 것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때는 그렇게 화장실에서 몇 시간씩 함께 붙어 있을 때도 있었다. 내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할리의 털에 떨어져도 할리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54쪽)

이모 같은 존재 : 할리는 우리를 보호하고 지킨다. 그것이 자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윌리스에 관해서는 그 원칙이 아주 엄격하다. 할리와 윌리스 사이에는 깊은 사랑이 존재한다. 뭐랄까, 이모와 조카 같은 관계? 윌리스에게 할리가 엄마만큼 친밀하지는 않고 다소 서먹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할리가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만큼은 엄마 못지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57쪽)

슬픔을 나누어 가지는 존재 : 머시는 아주 똑똑한 성견이자 나의 가장 친한 동물친구이다.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내게 말뿐인 거짓 위로를 건넸던 그 모든 사람들을 나와 함께 지켜봤던 개가 머시였다. 머시는 이전까지는 아무것도 물어뜯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갈이를 할 때도 신발이나 전선, 소파며 가구, 그 어떤 것도 절대 건드리지 않았던 개가 머시였다. 하지만 단 한 번, 엄마가 죽고 난 후에 침실 벽을 물고 갉아 놓은 일이 있었다. 아마도 이런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여기서 나가야 해요. 이렇게 침대에만 누워 있으면 안 돼요!”(125쪽)

단 하나의 존재 : 우리집과 가족이 변화하는 것도 지켜보았다. 침실이 사무실이 되고, 앞마당에 문이 생기고, 남편과 내가 체중이 늘어 움직임이 둔해지고, 병원과 치과에 대해 얘기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우리 세 아들들이 훌쩍 커서 대학에 가고, 집으로 돌아오고, 직장을 잡고, 직장을 잃고, 사랑에 빠지고, 실연의 아픔을 겪거나 결혼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키키야말로 우리 가족의 삶의 여로, 그 모든 변화의 과정을 지켜본 단 하나의 존재였다.(169쪽)

화해의 기회가 언제든지 가능한 존재 : 혹시 내가 다른 강아지를 키우게 되더라도 그전 강아지와 함께 했던 동일한 관계의 행복을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대부분 내가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들은 사랑스러운 눈망울 속에서 동일한 영혼이다. 동일한 행복을 누리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다른 종류의 행복을 누릴 수는 있을 것이다. 수잔의 말마따나 강아지들과는 언제나 화해의 기회가 존재하는 것이다.(184쪽)

◇ 반려동물을 잃는다는 것은?

평생을 함께 했던 반려동물도 언젠가는 반려인의 곁을 떠나는 순간이 온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있고 늙고 병들어 오랫동안 병고에 시달리다가 반려인의 곁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또 치유할 수 없는 병에 걸려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과 슬픔을 절절하게 토로한다. 그들은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슬픔을 억누르지 말고 쏟아내라고 말한다. 또 사랑했던 존재에 대한 그리움은 충분히 슬퍼한 뒤에야 극복될 수 있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밑줄긋기]인생의 커다란 구멍 : 십대 때 내가 뉴욕에서 구해온 와인스버그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었다. 와인스버그는 거의 20년 가까운 삶을 살았으니, 내 나이를 감안했을 때 나와는 거의 반평생을 함께했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긴 여정의 동반자였던 셈이다. 반려동물을 잃는다는 경험은 그런 것이다. 당신의 아름다운 삶의 퍼즐 한 조각이 그 죽음과 함께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했고, 당신과 낮과 밤의 모든 빛과 어둠을 함께 나눠 가졌는데, 그렇게 사라진 조각 하나가 당신 인생의 커다란 구멍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14쪽, 바바라 에버크롬비 들어가는 말 중에서)

슬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 내가 반려동물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하나 배운 것은 충분히 슬퍼하고 울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사랑했던 존재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의 눈물이 내 심장에 닿을 때까지 울고 나서야 슬픔을 극복할 수 있었으니까. 슬픔은 줄어들거나 다른 곳에 스며드는 것이지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202쪽)

결코 끝난 게 아니라는 것 : 장군이는 이제는 자신을 그만 보내달라는 무언의 시위라도 하는 양, 이틀 동안이나 담요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를 알고 있다. 조만간 나는 이 이야기의 끝을 내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 장군이의 이야기는 여기서 결론이 나겠지만, 절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야기에 있어서 가장 진실된 부분이란 바로 그러한 점이다. 끝났다고 해서, 결코 끝난 게 아니라는 것.(47쪽)

자, 이제 당신이 떠나보낸 반려 동물을 떠올려 보자. 여전히 슬픔으로 가슴이 아플 것이다. '슬픔은 줄어들거나 다른 곳에 스며드는 것이지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하지만, 충분히 슬퍼한 후에 오는 슬픔은 한 인간을 성장시킨다. 이전과는 달리 '너를 만나 많이 행복했다'는 감사로 반짝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잊지 않는다면 그 신성한 존재들은 늘 당신과 함께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 애플의 잡동사니 창고

나는 반려인이고 내게는 반려동물들이 있다. 단 하나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들이 나를 훨씬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신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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