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선별 무상급식'…그 불편한 배려

신숙희 기자 칼럼 송고시간 2015/03/26 00:00:00 최종 업데이트 2015/04/01 00:00:00

[연합경제]내달부터 경남지역 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중단된다. 이에 반발한 이 지역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했다.

앞서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교육청에 제공하던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존의 무상급식 예산 643억원을 저소득층 교육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관련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해 내달부터 무상급식이 중단된다.

최근 홍 지사는 자신의 SNS에 "국민의 최대다수 최대행복이 정책 선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성남시의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정책을 두고 "성남은 밥, 경남은 공부에 우선순위"를 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홍지사가 애들 밥 끊는 것 외에 공부예산 마련 방법을 못 찾은 것" 아니냐며 반박했다. "성남시도 비용이 남아 무식급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그래도 최대한 가마솥 누룽지 긁듯이 싹싹 긁고, 마른 수건 짜듯이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홍지사의 선별적 복지에 대해서는 훌륭한 얘기지만 급식문제는 다르게 봐야한다고 했다. '가난증을 제시하고 밥 먹어라' 하면 민감한 시기의 학생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요즘은 부모가 주민센터에 급식을 신청하기 때문에 담임만 알지 학생들은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무상급식' 논란은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홍 지사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물론 경남도 살림이 무상급식을 하지 못할 만큼 어렵다는 전제 하에서다. 또 한편으로는 무상급식이든 선별적무상급식이든 실시했을 때 사회에 파급되는 '가치'를 따지자면 이 시장의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 맞다, 더불어 친구와 밥을 먹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러 가는 곳이기도 하다. 어떤 학생이 무료로 급식을 먹는지 쥐도 새도 모르게 하는 '행정적 배려'는 의도가 어떠하든 감추는 모양새밖에 안 된다. 학생들은 "내가 떳떳하지 못하구나" 생각할 수 있다. "우리 부모가 낸 세금으로 지금 우리 모두 따뜻한 밥을 먹고 있다"고 학교에서도 당당하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단시간 내에 급속한 발전을 일궈냈다. 세계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주목했다. 이면에는 그늘도 많다. 황금만능주의,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갑을 논쟁 등 이런 갭을 줄이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를 가꿔갈 세대에게 너와 내가 평등하다는 걸 일깨워 주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신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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