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안심전환대출…누가 더 절박한가

신숙희 기자 칼럼 송고시간 2015/04/01 00:00:00 최종 업데이트 2015/04/01 00:00:00

[연합경제]어부가 고깃배를 타고 가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두 사람을 보았다. 고깃배는 2인용이기 때문에 한 사람만 태울 수 있다. 한 사람은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어부는 수영을 못하는 이를 먼저 뭍에 데려다 놓고 돌아와 많이 탈진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다른 한 사람을 마저 구했다. 이건 일반적인 상식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면서 더 절박한 이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이번 안심전환대출 수혜는 원금상환이 수월한 중산층에게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저소득층은 두 번째로 밀린 것이다.

실제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대책으로 첫 번째는 안심전환대출로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고 "두 번째 과제로 정말 상환능력이 굉장히 어려운 서민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맞춤형으로 잘 할 것이냐"로 설정했다고 했다. 이는 정부가 금방 물에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사람보다는 수영을 할 줄 아는 이를 먼저 배에 태운 격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기존의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갚고 있는 대출을 고정금리이면서 처음부터 원금을 상환하는 대출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원금을 갚아나감으로써 가계부채를 줄이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또 금리변동 시 가계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이기도 하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089조원이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460조원에 이른다.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달 24일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했다. 출시 4일 만에 20조원이 소진됐다. 1차에 이어 지난달 30일부터는 추가 공급에 들어갔다.

2차 출시 때 정부는 20조원을 초과하는 경우 주택가격이 낮은 대출 신청부터 배정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저소득 계층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는 원금을 동시에 갚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안심전환대출을 '안심'하고 이용하지 못하는 처지다.

지난달 22일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누가 빌린, 어떤 용도의 가계부채가 얼마나 늘었고, 이들 계층의 부채 상환 능력 및 부채 상환 부담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따지는 '미시적 분석'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가계부채를 총량 기준으로 얼마나 줄이느냐 하는 식이 아니라, 누구의 가계부채를 어떻게 줄이고, 누구의 가계부채는 늘어나도 괜찮다는 식의 가계부채 대책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저소득층 담보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소득층이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상대적으로 부채상환 능력이 있는 중산층을 우선시한 정책을 실시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이것이 과연 최선인지를 좀 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신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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