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잠복기를 지나서

신숙희 기자 칼럼 송고시간 2015/06/18 00:00:00 최종 업데이트 2015/06/19 00:00:00

2015년 6월 18일 ⓒ연합경제



"잠복기를 지나면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는 요즘이다. '잠복'은 '숨어있다'는 뜻이고, '잠복기'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병원체가 몸 안에 침투해 증상을 나타내기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잠복기를 지나서'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기분이 된다. 자박자박 걷는 발아래, 깊고 깊은 곳에서부터 쩌엉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경고음.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확산으로 휴교했다가 수업을 재개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들러 "손 씻기 등 몇 가지 건강습관만 잘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건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전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의 일상생활과 기업의 경영활동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일상복귀론을 강조했다.

18일 오전 기준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165명, 격리자는 6729명에 이른다. 확진자 가운데 23명이 숨졌고, 치료 중이나 상태가 불안정한 사람도 17명이나 된다.

메르스는 외부에서 들어온 문제지만, 결국은 우리 내부의 문제, 그것을 대하는 우리 태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간 쌓여온 부실과 방만이, 그것들이 납작 엎드리고 있다가 때를 만나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사회 곳곳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잠복기를 지나고 있을 위험들, 지금은 웅크리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반드시 깨어나 활동할 시간이 온다는 것. 그간 곳곳에서 경고가 터져 나왔지만, 아무것도 바뀐 것 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심하게 잊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하나를 바로 잡지 않으면, 다른 하나가 또는 그 이상이 무너진다. 그래서 사고 후 수습은 물론 시비를 가리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작년 4월, 올해 5월 대한민국은 흔들리는 봄을 보냈다. 불안은 늘 일상을 위협하고 있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먹고 살기 힘든 건 진작 알았는데, 이젠 살아남을 일까지 걱정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푸념이 곳곳에서 들린다. 뼈아픈 말이다.

신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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